걷기 명상의 요소 (4) 시간
"운동 효과, 명상 효과를 보려면 1시간 이상은 돼야"
글·사진 김종우 교수 | 편집 홍헌표 기자 2019-08-30
걷기 명상은 명상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을 지속할 수 있는 명상법이다. 걷기 명상의 7가지 요소를 시리즈로 나눠서 소개한다.
(1) 속도 - 호흡에 맞춰 자신의 리듬을 발견한다.
(2) 자세 - 제대로 걷기
(3) 장소 - 처음에는 익숙한 곳에서 새로운 곳으로 나간다.
(4) 시간 - 그래도 한두 시간은 걸어야 하지 않을까?
(5) 동행 - 혼자서도 충분, 너무 많이는 글쎄~
(6) 언제 - 틈이 난다면 언제든. 온전히 걷기에 빠지기 위해서는 새벽이 좋다.
(7) 복장 - 걷기 명상에 적합한 신발과 옷
명상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가부좌를 하고 정좌명상 1시간을 하는 동안 거의 다리가 마비되는 것처럼 얼얼해지고 통증으로 인해 괴롭다. 사실 초보자에게는 정좌를 하면 10분 조차도 다리가 저리고 아프다.
그런데 정좌명상 시간 20분과 1시간의 느낌 차이는 확연하게 다르다. 1시간을 하고 나면 제대로 명상을 한 충만감이 생긴다. 철야 명상처럼 6시간 정도 연속 명상을 하고 나면 명상이 한 단계 깊어졌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100킬로미터를 뛰는 울트라마라톤, 10만보를 걷는 10만보 걷기 프로젝트처럼 명상에는 철야 명상이 있다. 한계에 도전하는 작업을 한번 해 보는 것이다. 이런 작업을 하면 소위 말하는 고진감래(苦盡甘來)를 느낄 수 있는데, 고(苦)가 심할수록 그만큼 감(甘)도 더욱 뚜렷해진다.
걷기를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 걷기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행동으로, 분명 운동적인 요소가 있다. 아울러 걷기는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행동으로, 걸으면서 사색과 알아차림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철학적인 요소다. 따라서 걷기는 운동과 철학의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는 인간의 매우 특별한 행위다.
운동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30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그래도 인체의 대사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전신에 약간의 땀이나 후끈거림으로 대사를 확인할 수 있다. 철학적인 효과를 얻기 위한 시간을 정할 수는 없다. 너무 짧은 시간은 아무런 사고를 할 수 없으며, 너무 긴 시간으로 걷기 자체가 싫어진다면 철학적 요소는 의미가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운동적인 효과와 철학적인 요소를 모두 고려한다면, 30분 이상의 시간에서 시작하여 걷기가 지루해지기 시작하는 시간까지로 정하면 어떨까 싶다.
스페인 산티아고순례길에는 2~4 킬로미터 정도에 하나 꼴로 카페나 바(bar)가 있다. 쉬어 가라는 의미다. 대략 1시간 정도 걸은 뒤에는 한 숨을 돌리라는 말이다.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되어 온 결과라면 1시간 남짓의 연속적인 걷기는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1시간 걷고 난 뒤 찾아오는 잠시의 휴식 역시 순례의 한 과정이다.
걷기 여행의 하루를 한번 보자. 일단 새벽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명상을 한다. 이때 벌써 5000보를 걷게 된다. 오전 시간과 오후 시간 각각 3시간을 걸으면 각각 1만5000보씩 총 3만보를 걷게 된다. 저녁 시간 식사를 하고 어슬렁거리는 걸음 3000보를 합하면 3만8000보다. 새벽 산책은 생기를 얻기 위한 걸음이고, 저녁 마실은 잠자리에 들기 전 힘을 빼면서 걷는 걸음이고, 낮 동안의 걸음은 그야말로 걷기에 충실한 걸음이다. 걷는 시간이야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다르겠지만, 작정하고 걷기를 한다면, 또 걷기를 통해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한다면 그것이 신체적인 건강이든 정신적인 행복이든 최소한의 시간은 확보해야 한다.
걷기 명상에 대한 오해가 있다. “어떻게 몇 시간 동안 걷기에 집중할 수 있나?" 걷기 명상을 오로지 걷기에 집중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질문이다. 그러나 걷기 명상에서의 걷기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걷기에 단지 얹어 놓은 것뿐이다. 흔히 동적 명상이라는 것이 물론 행동 자체에 집중하는 면이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걷는다는 것은 호흡 명상에서의 호흡처럼 규칙적인 리듬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규칙적으로 제공되는 리듬에서 가장 안정되고 편안하며 최적의 상태를 만들고 이런 상태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하면서 마음챙김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걷는 행위는 어느새 자신의 활동에서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행위가 되었을 때 비로소 몇 시간을 걸어도 피곤하지 않게 되고 제대로 된 경지, 이른바 걷기 명상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걷기 명상의 끝판은 걷기 여행이다. 걷기라는 리듬으로 최적의 상태를 만든 후 그것에 무엇이라도 얹어 놓으면 된다. 자연 속에서 걸으면서 자연을 그대로 알아차림하고,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걸으면서 오로지 대화에 충실할 수도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나 떠 올리고 그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걸으면서 무엇이라도 하면서 자신의 결론을 얻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걷기에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시간, 아니 그 이상은 필요한 것이다.
[출처] [칼럼] 걷기명상의 7요소 (4) 시간 - 마음건강 '길' (김종우 교수의 화병클리닉) | 작성자 소심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