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실천

걷기

건강한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걷기 실천법을 알아봅니다.

걷기 명상의 7요소 (5) 동행 - 마음 건강 '길'

관리자 2021-01-04 조회수 597

걷기명상의 요소 (5) 동행

'혼 라이프' 시대 적응을 위해 혼자 걷기를 해보자

글·사진 김종우 교수 | 편집 홍헌표 기자 2019-09-21

걷기 명상은 명상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을 지속할 수 있는 명상법이다. 걷기 명상의 7가지 요소를 시리즈로 나눠서 소개한다.

(1) 속도 - 호흡에 맞춰 자신의 리듬을 발견한다.

(2) 자세 - 제대로 걷기

(3) 장소 - 처음에는 익숙한 곳에서 새로운 곳으로 나간다.

(4) 시간 - 그래도 한두 시간은 걸어야 하지 않을까?

(5) 동행 - 혼자서도 충분, 너무 많이는 글쎄~

(6) 언제 - 틈이 난다면 언제든. 온전히 걷기에 빠지기 위해서는 새벽이 좋다.

(7) 복장 - 걷기 명상에 적합한 신발과 옷

사실 세상을 살아오면서 혼자, 자신만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 본 경험이 그다지 많지가 않다. 혼자 커피를 타서 홀로 티 타임을 즐기는 것조차 경험하지 못할 수 있다. 늘 무슨 일에는 ‘누구와 함께’가 붙어 다닌다. 때로는 그 사람을 위해, 반대로 그 사람으로부터 대접을 받으면서...

그래서 나 홀로 일을 해보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혼 라이프’를 즐겨야 하는, 아니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혼자 먹어야 하고, 혼자 타야 하고, 혼자서 자야 하고, 혼자 즐겨야 하고... 이렇게 말이다.

‘혼 라이프’ 시대에 살아가기 위한 첫 번째 시도로 혼자 걷는 것을 제안해 본다. 걷기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한 책에 이런 문구가 있다. ‘걷기의 가치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혼자 걸어야 한다. 우리는 걷기 시작하자마자 즉시 둘이 된다. 심지어 혼자 걸을 때에도 육체와 영혼이 대화를 나눈다.’ ‘걷기가 우리의 몸과 마음이 활발히 대화하도록 격려하고, 결국에는 둘의 조화를 이루게 한다는 것이다.’ [걷기,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

걷는 행위 자체를 찬찬히 살펴보면 매우 철학적이다. 한 걸음을 들고 다음 걸음으로 이어지는 순간은 매우 불안정한 순간이다. 어떻게 한 발로 서 있을 수 있을까? 만일 한 발로만 계속 서 있으라고 하면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기우뚱거리다 다른 발을 어쩔 수 없이 딛게 될 것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걷는 것이 차라리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이 되는 것이다. 지속적인 움직임이 고정된 자세에 비하여 도리어 안정과 평화를 가져오는 작업인 것을 알게 된다. 굳이 이런 철학적 성찰이 아니라고 하여도, 걷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 지고 생각이 정리되고 미래에 희망이 보이고 또 건강해지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혼자 걷는 것이 완성된 이후에 동행은 주도적이게 된다. 누가 옆에 있냐 없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그렇지만 동행을 하는 것에도 명확한 이점은 있다. 당연히 가까운 친구와 함께라면 걷기가 더 즐거울 것이고, 만일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거나 어색하거나 때로는 사이가 좋지 않아도 함께 걷기는 도움이 된다. 다툼이 많은 부부에게 걷기에 대한 권유를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같이 걸으세요. 사실 걷는 동안 그렇게 많은 얘기를 나누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 같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늘 부부 사이에 대화가 부족하다고 투덜대는 부인과 걷기를 끝내고 나서 남편은 매우 만족하였다. 앞을 바라보며 그저 같이 걸으면, 같이 있는 시간은 많으면서도 굳이 대화를 하여 다툼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 도리어 같이 걷으면서 리듬만 맞춰서 걷는다면 오랜 시간 동행을 하였다고 느끼고, 리듬을 맞추는 것 자체만 가지고도 서로 간에 받아들일 영역이 넓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EBS의 장수 다큐 프로그램인 용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오랜 기간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부, 형제, 친구, 때로는 ‘왠수 지간’인 두 사람을 오랜 기간 함께 걷게 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용서할 때까지 걷게 하는 것이다.

오로지 걷기만 하는데, 걷는 도중 아주 짧은 몇 마디가 오간다. 그런 대화에서 다시 다툼이 만들어지고, 또 걷는다. 그런데 오래 걷는 동안 다툼의 대화보다는 이해와 수용의 대화가 많아지고, 결국 용서로 이어지게 된다. 같은 리듬으로 걷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솔루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단지 걷는 것만으로도, 같이 호흡하고 같이 리듬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화해로 이어지게 된다.

둘에서 셋, 넷, 그 이상으로 숫자를 늘려 보자.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수십 명의 등산복 차림을 한 무리를 만날 수 있다. 연간 산티아고 순례길 방문자 수에서 해당 국가인 스페인, 인접 국가인 프랑스에 이어 3위를 차지고 있는 바로 한국의 단체 순례객들이다.이들이 지나가는 곳에서는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소란스럽다. 역시 여러 사람이 모이게 되면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혼란과 소란은 당연한 결과다. 몇 년을 계획해서 왔으니 그 즐거움이 오죽할까, 이해하고 넘어가야겠지만 말이다. 그런 무리를 만나면 잠시 떨어져서 그들의 모습을 본다. 즐거움을 위해 걷는 모습들이다. 조금 떨어져서 보고 있으면 나 또한 그들을 이해하고 즐거워진다.

누구와 함께 걸을 것인가?

걷기에만 집중하려면 역시 혼자 걷는 것이 최고다. 그래도 인생의 동반자와는 같이 걷는 것이 좋다. 같은 리듬과 호흡으로 세상을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즐거움은 여러 사람이 누리는 것이 시너지의 효과를 가져 온다. 그래서 여럿이 같이 걸을 수 있다면 그 기쁨을 누리기 위해 함께 걷는다. 그렇지만, 걷기 자체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잠시 무리에서 빠져나와 혼자 걸어보길 바란다. 그렇게 먼 발치에서 무리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얼마나 걷기에 충실한지, 그리고 혼자 걷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