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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서의 정신건강] 코로나 블루에서 코로나 레드로 바뀐 세상

김종우 2021-02-16 조회수 372
[코로나 블루에서 코로나 레드로 바뀐 세상]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김종우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을 말한다. 코로나 레드는 코로나19로 인한 분노를 말한다. 즉 코로나19로 인한 화병이라 할 수 있다.



“8월 25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초 대비 분노는 11.5%에서 25.3%로 증가해 2.2배 상승했고, 슬픔의 경우는 6.5%에서 2.1%로 1/3 수준으로 감소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코로나가 처음 발생하였을 때, 첫 감정은 불안과 공포였다. 이후 절정에 이른 지난 봄,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조심하면서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특히 모임들이 없어지면서 이른바 방콕의 생활이 길어졌다.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인 무기력과 무관심, 그리고 식욕과 같은 욕구조차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코로나블루가 우리 사회에 퍼져나갔다.

코로나가 2차로 심해지는 시점에서는 사람들의 불만과 짜증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모두가 위기이고 고통이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점차 나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에 불만은 분노로 바뀌는 경향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 견해와 종교적 입장이 개입되면서 그 양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점점 일탈 행위가 많아졌을 뿐 아니라 그러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논리까지 개발이 되었고 분노가 그 중심에 있다. 코로나레드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나 스트레스일 때 분노가 우울에 앞서서 나타난다. 사건이 발생되면 처음에는 이에 대한 저항으로 분노가 첫 감정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분노를 통해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 상태가 되면 불안이 나타나고, 분노와 불안의 감정을 지나서 저항할 수 없는 무력감을 확인하면서 우울에 빠져든다. 이러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지나가고 나면 정신적인 문제 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여기 저기 고통이 찾아온다. 몸과 마음 모두 병이 드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일반적인 스트레스 상황과는 다소 다르다. 처음의 충격에 분노라는 감정에 앞서 불안과 공포에 빠져들었다.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어 일상생활이 통제가 되고, 이러한 일을 해결하지 못하는 무력감에 빠지면서 우울이 나타났다. 그리고 우울의 기간이 점차 길어지면서, 한두 달이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여전히 사회의 어떤 분야는 제대로 작동을 하고 문제는 나에게만 발생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억울함과 분노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블루를 여전하게 겪고 있으면서, 다른 나라의 레드를 보고 있다 보면 놀라게 된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도 자유라고 하면서 베를린의 광장을 가득 채운 모습은 독일이라는 나라를 다르게 보게도 되는데, 독일 뿐 아닌 미국이나 유럽의 이른바 선진국의 여러 나라들이 저항과 분노의 폭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 사회적으로 코로나 레드를 실감하게 된다. 우리 역시 이들의 모습 한 단면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 블루의 특징적인 양상

- 우울, 무기력, 견딜 수밖에 없다는 생각,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음, 식욕의 저하, 수면이 늘어남



○ 레드의 특징적인 양상

- 분노, 감정의 폭발,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다는 생각,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열망이 강함, 폭식 등의 행동 양상, 수면이 짧아짐



그렇다고 블루, 레드가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레드가 있다가도 얼마든지 다시 블루로 돌아가며, 이것은 계속해서 순환의 구조를 겪게 될 뿐 만 아니라 화병과 우울증이 공병(共病)의 형태를 취하듯 둘은 함께도 나타난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아침과 저녁에도 달라지기도 한다. 자신이 처한 환경과 만나는 사람,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또 장소에 따라 변화를 하기도 한다. 그러기 때문에 이 시대에서의 생존을 위해서는 변화 속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지키면서 굳굳하게 살아나가야 하는 숙제, 아니 숙명을 가지게 되었다.



코로나19의 처음 발생했을 때, 가장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이른바 자급자족의 생활로 텃밭에서 스스로 먹거리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 같은 것이었다. 첫 경험인지라 어떤 미래가 닥칠지도 모르고, 또 그동안 보았던 수 십여 편의 영화들은 생각하는 최악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때 이런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아예 작정하고 손해를 받아들여야 한다.”였다. 기대를 갖기 보다는 포기할 것은 확실하게 포기하고 현재의 하루하루에 충실하면서 새로운 일상에 리듬을 맞춰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박한 일상을 계획하고 실천하며, 그 가운데서도 행복과 만족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을 찾는 작업을 통해 관심을 자신에게 돌리고, 스스로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외부로 향했던 내가 나에게 관심을 줄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로써 진짜의 나를 만나는지도 모른다.



신독(愼獨). 사서삼경의 하나인 大學(대학)에서 나오는 문구이다. 자기 홀로 있을 때에도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감이라는 뜻이다. 홀로 있을 때 마음을 진실 되게 하는 것이다. 코로나블루를 넘어 코로나레드가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가져야할 자세가 아닌 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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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건강다이제스트에 기제되었던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