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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

화병은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누적되어 발생합니다. 한의학정신건강센터에서 이러한 화병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례1] 전형적인 화병 – 억울함과 분노로 시작하여 오랜 세월이 지나 화병으로

김종우 2021-03-01 조회수 951

50대 중반의 환자 A에 관한 이야기로 오래전 이야기다.

화병을 처음 접했던 수련의를 갓 마치고 병원에서 근무할 때의 사례다. 당시가 1990년도 중반이었기에 그 시점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어린 시절 부모들은 늘 아들을 위한답시고, 딸인 본인에 대하여는 오로지 희생만을 강요했다. 그래서 오빠와 남동생은 대학을 가서 공부하는 시절, 자신은 여전히 그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 같이 일하는 가운데 남자를 만났는데, 결혼하면 지금까지의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고 남편은 자기에게 잘해 줄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결혼 후 이러한 기대는 산산이 깨졌다. 남편은 이전의 자신의 가족보다 더욱더 힘들게 자신을 옥죄었다. 시댁 역시 그러했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몰아쳤다. 이전 가족이라면 그래도 눈치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아예 그것을 무시하고 나에게 강요를 했다. 돈을 벌어오는 일 이외에 집안에서도 궂은일을 모두 담당했다. 집안의 피라미드에서 나는 가장 아래에 있었고, 잡일은 나에게 떨어지기 일쑤였다. 딸을 낳았을 때도 구박은 여전했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아들을 낳으려고 여러 번 낙태의 경험도 했다. 그나마 아들은 낳은 것이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남편과 시댁으로부터의 서러움은 그나마 아들 딸이 많이 위로가 되었다. 그런 자녀가 있었기에 그저 견딜 수 있었다. 남편이 일을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서 술에 찌들어서 행패를 부리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가정부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지만, 그래도 아들 딸이 내 편이 되어 주는 것에 위안으로 삼고 꿋꿋하게 일을 했다. 남편이 술에 찌들어 흥청망청 사는 중, 외도 사건이 발생했고,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시댁은 도리어 책임을 나에게 돌렸다. 참고 살아온 나의 모습에 도리어 죄인의 낙인까지 씌워지니 견디기가 어려웠다. 나이 50줄이 되어, 결혼한 지 30년 정도가 된 시점에서 여러 증상이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은 갱년기가 폐경기에 올 수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지만, 나의 증상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억울하고 분한 삶을 살아오면서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의 응어리를 이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작 병원을 방문하게 된 이유는 자신의 병이 화병일 수 있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서였다. 그동안 참는 것이 미덕이고, 당연하게 참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참아서도 병이 온다는 소식은 과거의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한없이 눈물을 흘리게 했다. 자녀들이 가져온 기사 한쪽의 내용에 힘을 얻어 방문했다. 지금의 고통, 어쩌면 이렇게 나를 도와주는 자녀들이 있음에도 여전하게 받는 고통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이분은 증상은 의외로 이른 시간에 사라질 수 있었다. 자신의 고통이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받았던 억울함과 분함의 결과물임을 이해하고 다시 한번 크게 울고 나서는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를 할 수 있었다고 하면서 증상 역시 사르르 하고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치료는 완료하지는 못했다. 증상이 사라지고 나서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해서인지 이후 방문을 하지 않았고, 몇 년 후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치료 이후 잘 지내다가, 자녀의 결혼 생활에 문제가 생기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증상이 다시 나타났는데, 남편과 시댁의 스트레스는 마음으로 정리를 할 수 있었는데, 자녀 문제는 도저히 정리되지 않고, 또 창피하여 치료를 잘해준 병원을 다시 방문하지도 못했다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억울함과 분함은 반복이 되지만, 정작 자신이 잘 키웠다고 생각하는 자녀의 문제가 발생하니 다시금 급격하게 무너져 버린 것이다.

 

. 화병은 오랫동안 누적된 분노와 억울함이 있고 촉발 원인에 의하여 폭발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재는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초기 화병 연구의 결과를 보면, 억울하고 분함을 겪은 지 20~30, 증상이 나타나는지도 10여 년을 훌쩍 넘기는 사례를 보고하고 있다. 억울하고 분함을 얼마나 참을 수 있을까? 현재의 시점에 이해할 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했고, 사실 현재 이 시점에도 누군가는 이와 유사한 고통을 받고 있을 수 있다.

분노는 매우 즉각적인 감정이어서 불과 같이 일어난다. 그리고 축적이 오랜 기간, 또 높은 강도면, 그 반작용의 폭발도 더 크다. 나이가 들면서, 특히 여성의 경우 갱년기를 맞이하면서 그 증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게 된다.

시대적으로 어쩔 수 없이 당하는 공통의 의식에 있는 스트레스는 오랜 시간 견딜 수 있다. 아마도 사회 자체가 견디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시대가 바뀌게 되면 참는 시간은 점점 더 짧아지게 된다.

 

. 화병은 자신의 문제를 이해함으로써 일시적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저변에 깔린 문제의 해결이 중요하다. 또 화병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하여도, 다른 촉발 원인에 의하여 다시 재발을 할 수 있다.

억울함과 분함으로 인한 증상은 환자에 대하여 위로와 이해를 통해 일시적으로 해결이 될 수 있다. 특히 자녀들과 같은 존재들이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경우, 억울함과 분함에 대한 보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는 듯 보이고, 또 그만큼 참는 기간도 연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증상이 개선되었다고 하여도 이차적인 문제가 촉발하게 되면, 그 증상은 다시 나타나게 되고, 재발한 증상은 이전보다 더 치료가 어렵다. 특히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에 좌절을 맞보게 되면 이후에는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게 된다.

쌓여있는 문제가 있으면 철저하게 해결을 해야 한다. 생각과 감정은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 특히 신체 증상은 여전히 과거의 문제를 그대로 기억하고 하고 있다. 그래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자신을 하더라도 슬금슬금 증상은 다시 나타난다. 과거의 문제에 대한 이해와 해결 없이는 다시금 증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데, 특히 신체 증상은 과거의 기억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