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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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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건강 지키기 - 식사 시간이 기다려지나요?

김종우 2021-01-27 조회수 1,050

2 식사 시간이 기다려지나요?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전문의 김종우

점심시간이 가까워 지면 회사에서 누군가는 톡으로 “오늘 점심 뭐 하실래요?”라는 글을 전송한다. 이어서 몇몇 사람이 대답하지만, 결국 첫 번째 제안을 한 사람의 메뉴가 결정되기가 쉽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이여서 정작 관심을 두어야 할 터인데, 도리어 너무나 일상이기 때문에 관심 밖에 있게 된다. 그저 익숙한 하나의 과정으로 먹는 것을 하게 된다. 정작 인간의 욕구 가운데 하나를 흘려보내는 것이다.

간단하게 우울증을 테스트해 본다.

점심시간이 되어갈 때 식욕이 있는가? 만일 식욕이라는 것이 없다면, 다른 것을 하고 싶은 것은 있는가? 그것조차 없다면 우울증에 진입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울증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일차적 욕망이고, 이렇게 기본 욕망이 없어지는 것이 우울증의 첫 번째 신호이다.

마음챙김 명상에서는 “관찰”을 중요하게 여긴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하는 행동 그리고 이와 동반되는 나타나는 감정, 생각 등을 알아차림하는 것이다. 여느 다른 행동보다 먹기는 매일 3번 반복되는 일이고, 여러 감정과 생각이 동반되는 것이다. 그래서 명상 가운데 일상에서의 명상에서 첫 번째로 소개되는 것이 바로 먹기 명상이다.

명상한다면 식사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예 작정하고 “먹기 명상”이라는 주제가 있을 정도이다. 먹기 명상은 먹는 행위를 할 때, 오로지 먹기에 집중하고, 먹는 시간에 머물러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자신의 신체 감각이 먹는 것에 활용되고, 감각뿐 아니라 감정이나 생각도 먹는 그 순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렇게 먹기 명상을 하게 되면, 먹는 것이 주는 효능을 온전히 얻어낼 수도 있다. 또한, 어느 시기에 먹기를 중단할 줄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니 식욕이 없는 사람에게는 식욕을 일으키는 작용을, 과식하는 사람에게도 과식을 알아차림 하게 해 준다. 거기에다 먹는 것에 대한 소중함도 알게 되면 감사의 마음도 생기게 된다. 하루에도 몇 차례 반복되는 행위이기에 자신의 일상 리듬을 점검하게 해 주기도 한다. 배고픔과 먹기, 그리고 배부름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산책 등으로 이어진다.

이왕 먹기 명상이라는 것을 이야기해 보았으니, 어느 먹기가 더 명상적인지 생각해 본다.

1. 정교수는 식사할 때 명확한 기준이 있다. “그저 때우는 식사”와 “작정하고 맛있게 먹는 식사”가 그것이다. 그래서 정교수가 추천하는 식당은 그야말로 맛집이다. 무엇이 맛있는지를 명확하게 분별하여 알 수 있다. 추천한 맛집을 가게 되면 온전히 그 맛을 느끼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식사에서 만큼은 먹는 것에 마음을 두고, 먹기에만 머무를 수 있다. 마음챙김이 절로 된다.

2. 김교수는 어느 식당을 가나 맛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심지어 별로 맛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김교수가 추천하는 식당을 가면 맛집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어느 음식이 나오더라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그렇게 맛있게 먹는 김교수와 같이 식사를 하다 보면 주위에서도 어느새 맛있게 먹게 된다.

명상이 생활에 녹아있다고 한다면 김교수의 먹기가 명상적인 것 같지만 작정하여 마음챙김을 한다면 정교수의 먹기가 더 명상적이다.

명상을 종류에 따라, 또 명상하는 사람에 따라 김교수와 정교수의 명상 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먹는 것에 마음을 두고 먹기에 몰입하고 머물기 위해서는 정교수의 명상법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챙김을 끌고 와서 일상의 생활 속에 녹아낸다면 김교수의 행위도 명상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집중과 마음챙김, 그리고 일상에서 늘 하는 것을 찾아가는 모습이 명상의 능력을 높일 수 있다.

일단 이렇게 먹는 것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기본적으로 우울증으로부터는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먹기를 넘어 무엇에 관한 관심과 애정, 흥미, 하고자 함, 느끼고자 함으로 확장하면 된다.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났다면 이제 무엇을 먹을지 생각해 본다.

건강을 위해, 때로는 더 큰 뜻으로 전체 인류의 행복을 위해 육식을 줄여야 한다고들 한다. 그렇지만, 육식을 피하고 채식을 하다 보면 과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채식을 하면서 과식을 하는 것은 채식을 시작한 근본적인 의미가 퇴색되게 된다. 그래서 육식에서 채식으로 변화를 하면서도 소식(小食)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소식은 건강을 지키는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어야 하고, 또 맛있게 먹어야 한다.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음식을 온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켜야 할 먹기의 가이드는 다음과 같다.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양을

다양한 종류로

맛있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식사를 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마음챙김 먹기가 된다.


[월간 불교문화]

2020년 2월호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