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지키는 건강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전문의 김종우
나이가 들면서 병원을 자주 가게 된다. 그것은 의사도 마찬가지다.
의사 입장에서도 환자를 만나면 “이제 중고(中古)가 되었으니, 수리받으면서 사셔야죠”라고 대화를 시작한다. 큰 병이 아니라면 소소한 것들을 고쳐가면서, 그렇지만 일상에서의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가며 살아가야 한다는 말을 이어간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소소한 것과 기본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무시되기 십상이다. 기껏 그런 것 정도가 건강에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 넘겨버리려 한다.
한의학의 고전에 기록되어 있는 명의들은 병이 걸리기 전에 미리 대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최고의 의사(상공)는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하고, 보통의 의사는 발병한 후에 치료한다(上工治未病, 中工治已病 (편작, 난경)”
미병(未病)은 아직 병이 되진 않았지만, 병이 되고있는 상태를 말한다. 뚜렷하게 병이고 할 수는 없지만 불편한 증상을 여기 저기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람마다 다른 징후를 보이게 된다. 청년기의 여성이라면 매월 반복되는 생리 때의 증상이 자신의 몸 상태의 바로메타가 될 수 있다. 어린 학생에게는 시험 때만 발생하는 복통이나 두통이 그런 것이고, 중년 이후 접어들면서 생기는 수면의 문제나 손발이 차지는 양상도 그런 것이다. 사소해 보이는 증상이기는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나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흔히 따라오는 증상으로 자신만의 건강 지표가 된다.
그래서 자신만의 이런 징후를 체크포인트로 하여 끄집어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건강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소증(素症)” 즉 병증이 나타나기 전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건강 상태의 특징이 반영된 임상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이 가지고 증상을 극복하기 위해 병원에 가면 단지 거기에 해당하는 치료 처방이 나오게 된다. 생리통을 고치는 약, 복통을 조절하거나 수면을 조절하는 약 등 개별 증상에 맞는 약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개별 약물로 증상을 치료를 하다 보면, 해당 증상은 고쳐졌는데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목감기를 고치는 약을 먹었더니 기침 감기가 나타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소소한 증상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지켜야 할 일종의 생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가이드라인은 식사 때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정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습관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한가를 찾는 작업이기도 하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붉은 고기를 먹지 않고 등 푸른 생선을 섭취하겠다는 수칙도 중요하지만, 이것보다는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하겠다가 조금 더 큰 규칙과, 채식이라는 식사의 내용을 정하는 것보다 앞으로 소식(小食)을 하겠다는 다짐을 정하는 것이 조금은 더 큰 건강을 지키는 삶의 원칙이 된다.
이시형 박사는 건강한 삶을 제안하면서 도전적으로 ”이시형처럼 살아라“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그 책에서는 삶의 습관을 강조하고 하면서 수면습관, 식사습관, 운동습관, 체온관리습관, 마음습관 이렇게 다섯까지를 제시하고 있다. 일상에서 늘 반복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생활의 준칙을 정리한 것이다.
한의사는 임상 장면에서 상담하면서 질병을 극복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것은 한의학의 치료 원칙과도 연관이 있는데, 바로 ”스스로 최적 인간의 모습을 만들어 냄으로써 자연 치유에 이르는 길을 만들어 간다“라는 설명이다. 환자가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주체라는 것이다.
1. 최적의 인간을 만들어 봐야 한다. 만일 지금이 중년(中年)이라면, 인생의 딱 반을 사는 시점이기 때문에, 50이라는 나이에 최적을 넘어 최고의 상태를 만들어 놔야 한다. 자신의 능력이나 재산뿐 아니라 건강에서도 최고의 상태가 되도록 한다.
2. 몸 최적의 상태에 관한 확인은 두한족열(頭寒足熱)의 상태다. 머리가 시원하고 다리가 따뜻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건강 상태에 대한 설명이다. 이런 상태가 되어야 몸에서 자연스럽게 순환이 이뤄진다. 따뜻한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찬 기운은 아래로 내려오는 자연현상이 인체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3. 마음 최적의 상태는 허심합도(虛心合道)이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없애게 되면 자연스럽게 단(丹)이 생기게 되어 건강은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하는데, 단이 형성되어 있으면 질병이 몸으로 들어오지 않게 된다.
4. 몸과 마음의 불편함에서 벗어나는 원칙은 조화와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자신의 상태가 어느 방향으로 치우쳐 있는지를 알아차리고, 이를 보완할 행동 수칙을 만들어 내야 한다.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나가는 방법은 세세하게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이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질병이 걸리지 않은 미병의 상태에서 자신을 건강의 상태로 만들어 가는 수행 작업이다. 그래서 미병의 상태에서 나타나는 미약한 증상이나 불편감을 알아차리고, 이를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 냄으로써 질병으로 향하던 인체를 다시 건강으로 유도하게 되는 것이다. 증상을 하나하나 고쳐서 질병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작정하고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 건강을 지켜나가는 것 그 이상을 지향하는 것이다.
한의학, 아유르베다 등 전통 의학의 치료 원칙은 어떻게 보면 매우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단순함에서 가장 중요한 지혜가 있다. 질병을 극복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등장하는 ‘알아차림’과 ‘수행’은 우리가 익히 알고 체험하는 내용이니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중고차가 카 센터를 들어가서, 이상 있는 곳을 찾아서 모두 고치는 작업을 하면 차 한 대 뽑는 가격이 이상이 나온다. 그런데 잘 아는 카센터 주인은 늘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엔진 오일 같은 것 주기에 맞춰서 바꿔줘야 하고, 또 제때 제때 꼭 갈아야 할 부품은 갈고, 좋은 운전 습관을 만들어 무리하게 운전하지 않고, 사고만 나지 않으면 차는 거뜬하게 탈 수 있다고말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원칙을 정하여 일상에서 지켜나가는 것이 건강을 위한 제1의 법칙이다.
”최적의 상태를 지향하여, 두한족열, 허심합도 하여,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가 그것이다.
+ 본 원고는 [월간 불교 문화 2020년 1월호에 기제된 내용입니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