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같이 살아가는 것이 인간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전문의 김종우
인(人). 사람은 하나가 아니고 둘이다.
인간(人間). 사람은 존재가 아니고 존재 사이에 있다.
한자의 의미를 뜯어 보고 있으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통찰을 하게 된다.
인(人). 서로 기대고, 또 받쳐주면서 존재한다.
인간(人間). 그 존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다.
코로나 시대를 1년여 겪고 있으면서, 인간이 무엇인가에 관한 관심과 통찰도 가지게 된다. 그야말로 그 사람이 가지고 있어야 할 혼자의 힘이 중요해진 것이다. 혼자서 밥을 먹고, 공부하고, 일하고, 심지어 노는 것조차 강요받고 있다. 그렇게 혼자서 꾸려나가는 것으로 그 인간이 평가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율배반적으로 혼자만의 생활을 강요받으면서 나 아닌 타인에 대한 가치가 더욱 뚜렷해 보인다. 혼자로는 맛볼 수 없는 식사, 토론이 없는 공부, 생산력이 떨어지는 업무, 놀아도 재미가 없는 삶이 결코 인간적인 삶은 아니라는 것을 깊게 자각할 수 있다. 이런 우리에게 여러 감정이 파고든다. 인간이면 힘이 들 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감정들이다.
분노, 불안, 우울은 인간이 힘이 들 때 드러나는 대표적인 부정적인 감정이다. 힘든 상황이 벌어지면 즉각적으로 분노를 하고, 이후 어떻게 할지 몰라 불안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우울이 찾아온다. 그래서 감정은 우울로 마무리를 하게 된다. 우울은 다른 점이 있다. 분노, 불안은 그 시작에 자극이라는 것이 있다. 이른바 ~~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다. 그렇지만, 우울은 ‘~~ 때문’이라기보다는, ‘왠지 ~~하다’라는 것으로 설명이 되는 내재적 감정이다. 그 감정에 휩싸이게 되면, 마치 늪에 빠진 듯 헤어나지 못하고 점점 더 그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에 맞닿은 감정이다.
우울의 신호는 혼자서 지내면서, 또 사람 만나는 것이 싫어지면서 시작한다. 흥미와 기쁨의 결여, 하고 싶은 것이 줄어들고, 활동이 줄어들고, 결국 사람 만나는 것이 싫어지게 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사랑에 대한 욕구와 먹는 것에 대한 욕구, 즉 본능적인 욕구가 줄어드는 것이다. 하나가 아닌 인(人), 그리고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야 할 인간(人間)의 모습이 없어지는 것이다.
명상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 사마따와 위파사나, 즉 집중과 알아차림이다. 흔히 조용한 곳에서 혼자서 어떤 대상에 집중하거나, 그 상태에서 일어나는 나 자신의 변화를 알아차림하는 훈련이다. 그래서 명상 공부는 자기를 위한 공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두 축을 공부하다가 부족한 점이 느끼기도 한다. 뭔가 이기적인 공부라는 생각이다. 자기만 편하고 행복하면 될까? 에 대한 고민이다.
이러한 축을 깨는 명상이 있다. 자비 명상이 그렇다. 자비 명상은 자기의 행복에 그치지 않고 타인의 행복을 그려본다. 그래서 사회적 명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여기서 확인하는 것은 자비로운 마음인데 그 마음을 익히기 위해서는 타인을 통하여 익히게 된다. ‘물에 빠지는 아이를 불쌍하게 여겨서 얼른 다가가 건지고자 하는 마음’,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의 행복감을 느끼면서 잘 자랐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 이런 마음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성임을 확인하고 이러한 마음을 자신에게도 적용하고 키우고 또 키운 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나 혼자만을 대상으로 하여서는 익힐 수 없는 그런 마음이다.
명상을 통한 감정의 극복 측면에서 보면, 사마따와 위파사나가 불안과 분노의 감정, 즉 어떤 자극 때문에 변화하는 자신의 감정을 극복하는데 특화되어 있다면, 자비는 우울, 즉 혼자로서의 고통으로 벗어나기 위한 명상으로 강조될 수 있다.
언제인지부터 “혼~~”의 시대가 온 것 같다. 혼자서 밥을 먹고, 일하고, TV를 보고, 잠을 자고..... 요즘 같아서는 어쩔 수 없이 그런 생활이 강요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블루의 현상, 우울증은 늘어나고 있다. ‘같이’라는 인간의 본성과 본능이 통제되어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그 양상은 더 심화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사람이 더욱 중요해졌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짧은 시간 사람 간의 만남이 더욱 간절하고 중요해졌다. 그러나 때로 귀하게 얻은 시간에 서로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절실함에서 만났지만, 그만 못하는 생각이 들면 그렇다. 소중하고 절실한 그 시간에 그 가치를 더욱 높여야 한다. 집중하여 그 상황에 마음챙김으로 머물면서, 인간의 가지고 있는 본성이 자비의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명상의 기술이 더욱 강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월간 불교문화]
2020년 5월호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