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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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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정신건강센터의 연구자들이 진료와 연구, 일상을 병행하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을 여러분들과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서효원 칼럼 / 한의신문] “한의학정신건강센터의 베드사이드-투-벤치(bedside to bench) 연구 전략”

관리자 2022-04-12 조회수 385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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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정신건강센터 & 정신건강 ⑩

“한의학정신건강센터의 베드사이드-투-벤치(bedside to bench) 연구 전략”


서효원 학술연구교수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한의학정신건강센터가 진행하는 다양한 연구들


한의학정신건강센터에서는 여러 가지 임상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1년간은 임상연구를 설계하는 기초를 다졌고, 이제 이번 달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들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의학정신건강센터가 연구센터로서 지니고 있는 특징이자 장점은 한의기술을 검증하는 임상시험 외에도 다양한 목적과 설계를 가진 임상연구들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의학연구는 세포실험, 동물실험이 기초가 되고 이후에 관찰연구, 임상시험을 실시해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새로운 의약품이나 치료기술이 개발될 때 근거(rationale)를 비롯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밟게 되는 절차다.

반면 한의계에서는 이미 임상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중재들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 연구는 임상현장의 맥락에 기반해서 벤치-투-베드사이드(bench to bedside)가 아니라 베드사이드-투-벤치(bedside to bench)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

베드사이드-투-벤치 연구가 이뤄지도록 노르웨이, 영국, 미국, 스웨덴, 캐나다 등 다국적 연구자들이 제시한 보완대체의학의 연구전략은 다음의 5단계로 나뉜다.

1단계: 상황(context), 패러다임, 철학적 이해와 활용

2단계: 안전성

3단계: 비교 효과(effectiveness)

4단계: 구성요소의 효능(efficacy)

5단계: 생물학적 기전

그 중에서 한의학정신건강센터는 1단계 과정에서부터 연구를 차근차근 시작해나가려고 한다. 한의학 연구를 위해서는 귀납적 연구에서 사용된 방법처럼 특정 치료에서의 과정(process)과 가정(assumption)을 먼저 탐구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치료과정이 어떻게 되고, 얼마나 다양한 변이(variation)가 있고, 어떤 철학적 바탕이 깔려있고, 건강과 질환에 대한 아이디어가 어떻고, 상황에서의 프레임이 어떤지, 그리고 중요한 치료 요소가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환자 집단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치료를 사용하고, 환자들 중에서도 어떤 집단이 그런 치료를 사용하는지, 어떤 상태에서 그런 치료를 사용하는지 알아야 한다. 치료에 대해 인식되고 있는 이득, 치료비용, 임상가의 자격 등 많은 연구 질문이 이 단계에서 이뤄질 수 있다.

임상현장의 맥락을 파악하고, 신경정신질환에 대한 한의학의 패러다임을 찾기 위해 본 센터에서 준비한 연구 2가지는 바로 대국민 인식 및 태도 조사와 레지스트리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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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의 첫 걸음, 국민들의 인식 및 태도 조사


대국민 인식 및 태도 조사는 처음에 연구원들의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외래에 내원하는 환자가 과연 한방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전체 환자들을 대표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 것이다. 

한방병원에서는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신경정신질환을 위주로 진료하면서 한의치료가 신경정신질환에 강점이 있고, 많은 정신과 환자들이 한방의료기관을 찾는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이 대중의 인식과 부합하는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아이디어는 점차 명확한 연구 질문으로 구체화됐다.

우리의 기본 가설은 ‘한방신경정신과에 대한 태도가 방문 의도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정신과 진료나 한의의료 전반에 대한 태도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정신적 문제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 자체에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한방신경정신과 내원에 방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정신과 진료에 긍정적 태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한의의료에 부정적이라면, 이 경우 또한 한방신경정신과 내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방신경정신과 그 자체에 대한 태도와 내원 의도를 조사하는 동시에 정신과 진료와 한의의료에 대한 태도를 함께 조사하여 어떤 변수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볼 예정이다.

이 조사는 한방의료기관 미이용자 250명, 한방의료기관 이용자 250명을 포함한 패널 총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일반 국민들은 한방신경정신과에 어떤 태도와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국민들이 생각하는 한의치료의 장점은 무엇인지 등을 분석하고 국민의 인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2021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추이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런 반복 조사를 통해 한의학정신건강센터가 어떻게 일반 국민들의 인식 제고에 이바지하는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레지스트리 연구


레지스트리는 환자등록체계라고도 한다. 특정한 질병으로 내원한 환자들을 등록하고 꾸준히 관찰하는 연구방법이다.

이미 국내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국가중앙병원(예: 국립암센터,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는 다양한 레지스트리를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레지스트리 구축자료는 질환의 경과를 파악하고 치료의 효과를 도출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본 센터에서는 전국 한의과대학 부속한방병원 8곳에서 한방신경정신과 외래 내원환자 300명을 레지스트리에 등록하여 2026년까지 장기적으로 추적관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300명 환자들의 인구사회학적, 임상적 정보를 분석하면 한방신경정신과를 내원하는 그룹의 특성을 도출할 수 있다.

또한 대규모 정신장애 한의 레지스트리를 구축함으로써 한의계에서 치료과정이 어떻게 되고, 얼마나 다양한 변이(variation)가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축적될 것이다. 

레지스트리 연구는 실험적으로 연구자가 치료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상 실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전문가들의 진료 패턴을 분석하여 임상현장에 기반한 표준적 진료모델을 제시할 수도 있다.

기존 한의학 고전문헌에서는 예후나 치료 기간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레지스트리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의치료의 평균 치료기간, 효과적인 치료 빈도와 강도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의학정신건강센터의 후속연구 계획

이런 기초연구들을 토대로 한의약 연구들의 설계가 이뤄진다면 훨씬 더 임상현장에 가까운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다. 과제 2단계에 해당하는 4~7차 연도(2023~2026년)에는 특정 기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이 집중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후속 임상연구의 결과가 바로 임상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현장의 소리를 듣는 센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