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원 학술연구교수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한의학정신건강센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균형과 조화를 통한 최적의 정신건강을 위해 국민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허브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여러 가지 실행목표 중 하나는 한의신의료기술을 등록하고 급여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신의료기술이란
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할 때는 넘어야 할 선제조건이 있다. 바로 심사평가원에 의료기술에 대한 정보를 제출하여 기존기술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기존에 급여, 비급여로 정의된 한방의료행위들과 비교했을 때, 차별성이 있는 새로운 기술이라고 인정을 받아야만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실시하는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기술의 신규성과 차별성이란 어떤 것인가? 기존 신의료기술평가 신청사례들을 검토해보자1)2)3). 신의료기술로 신청하고자 했으나, 기존기술로 결정된 사례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적응증 특정은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이 아님
그중 첫 번째는 기존기술의 적응증 특화 방안이다. 기존 한방시술료로 분류되어 있는 레이저 침술(하-9)의 적응증을 확대 적용하기 위해 근골격계 통증으로 적응증을 특화하여 신의료기술평가 신청이 이루어졌으나, 근골격계 통증도 기존 행위의 포괄적 허가 행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되어 기존기술로 결정되었다.
즉, 한약(생약)제제의 적응증 확대를 위해서는 식약처에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과는 달리, 한의기술의 적응증을 특화하는 것은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후속적인 임상연구를 계획하고 수행하여 근골격계 통증에 대한 레이저 침술의 유효성 근거를 축적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기존기술의 동시시행은 동시 산정으로 해결
두 번째는 기존기술의 단순조합이다. 예를 들어, 양도락검사(한-1)에 구술(灸術)·전침(電鍼)·치침(置鍼, 일명 유침(留鍼))을 부가한 중재를 새로운 의료행위로 인정받기 위해 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한 경우에는 기존기술로 판단하고 해당 기술(양도락검사 및 구술, 침술)의 소정점수를 각각 산정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가 개정되었다.
기존기술을 정리한 것으로는 신의료기술로 불충분
마지막으로는, 기존기술의 현대화 방안이다. 2008년에 접수하였으나 기존기술로 결정된 원리요법이나 반려된 침도요법의 사례를 보면, 기존기술에 해당되는 도침술의 도구를 현대화하고 정리한 것으로는 신의료기술로 분류되기에 불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도침술은 정의와 용어 표준화를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4).
신규성이 인정되더라도 연구가 부족한 경우 신의료기술로 결정 어려워
이처럼 신규성에 대한 심사평가원의 허들을 넘더라도,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임상연구가 부족한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신의료기술로 등재될 수 없다.
지금까지 조기기술이나 연구단계기술로 평가된 한의기술로는 한방음악치료, 침 전자기장 자극요법, 구기검사, 3차원 안면형상진단기를 이용한 형상진단, 종합변증설문검사 및 한방진단시스템을 이용한 변증 유형 분석, 모발영혈검사 등이 있다. 평가 과정에서 제기된 이슈 중에서 모발영혈검사의 경우에는 ‘한의학적 의미의 영혈을 판단하는 검사법으로 볼 수 없다’는 사유로 조기기술로 결정되기도 하였다.
감정자유기법의 차별성
그렇다면 한의신의료기술로 등재된 감정자유기법의 경우에는 어떻게 신규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감정자유기법의 유사기술로는 한방정신요법 중 개인정신치료(이정변기요법, 지언고론요법, 경자평지요법, 오지상승위치료법), 정신과적 개인력조사, 가족치료 등이 있다.
한방정신요법은 목적에 따른 개별적인 면담을 실시하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어 포괄적 적응증과 개별화된 프로토콜을 가지고 있는 반면, EFT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으로 적응증을 특정하였고 치료의 핵심 요소로 면담 외에 경혈점 두드리기, 뇌조율과정이 포함되고 비교적 실시방법이 구조화되어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즉, EFT는 한방정신요법과 적응증과 프로토콜에서 차이를 보이며, 한방시술료에 포함된 기존기술과도 다른 술기(technique)가 포함되었기 때문에 기존기술을 동시시행하거나 기존기술을 정리한 사례도 아니었다.
한의신의료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한의학의 고유성이 반영되어야
하지만, 신규성뿐만 아니라 감정자유기법의 이론적 배경과 프로토콜에서 사용된 혈위 등이 한의학적 개념과 통하였기 때문에 한의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모발영혈검사의 심의 과정에서도 ‘한의학적 영혈 개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화학요법·수술 후 발생되는 오심·구토의 처치”라는 명칭의 의과 신청기술은 행위에 포함된 ‘내관(內關)’ 경혈 자극이 한의과의 행위라는 주장이 대두되었고 결국 한의과 전자침술과 동일한 기존기술이라고 결정되었다.
비록 신의료기술평가는 한의과, 의과, 치과 등의 의료행위를 구분하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지만, 위원회 심의 과정에서는 한방의료행위로서의 적합성에 대한 이슈가 다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현재 의과의 기존기술을 공동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한의신의료기술로 신청된 것이 총 8건이었으나 이 역시 모두 의과의 기존기술로 결정되었다.
신의료기술로서 한의학과 타 학문이 융합된 프로그램의 개발과 연구
기존 신청기술들을 살펴보면, 한의학의 침구경락이론과 에너지 심리학이 융합된 감정자유기법의 사례처럼 정신의학과 IT기술이 융합된 “가상현실 기반 인지행동치료” 기술(신의료기술로 등재), 정신의학과 명상이 융합된 “마음챙김을 이용한 불면증 치료” 기술(연구단계기술로 평가)과 같은 예들을 찾아볼 수 있다.
새로운 기술로서 신규성을 확보하면서도 한의학의 고유성을 잘 유지하려면 한의학과 타 학문과의 융합을 통해 신의료기술을 개발하고 발굴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학정신건강센터에서는 미래 한의학의 성공 열쇠가 ‘융합’에 있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의학정신건강센터에서는 김종우 센터장이 한의학의 기(氣) 이론과 명상을 접목하여 개발하고 연구했던 “기공기반 스트레스완화 프로그램(Brief Qigong-Based Stress Reduction Program, BQSRP)”이 그러한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5).
본 센터에서는 한의학과 명상, IT기술을 융합하여 모바일헬스(mHealth)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형태를 구상 중인데, 그러한 첫걸음의 일환으로서 11월부터 “인마인드 어플리케이션 사용이 직장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 RCT 예비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학문간 융합을 통한 한의신의료기술이 개발되고 지속적으로 연구되어 한방의료행위가 확대되고 발전되는 데 한의학정신건강센터가 기여하고자 한다. 연구가 종료되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논문을 통해 긍정적인 소식을 다른 한의사들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1) 한창현, 박황진, 이봉효, 이영준, 권오민. 한의 신의료기술 행위 동향 분석. 침구학회지. 2012;29(2):315-326.
2) 이연주, 김종열. 2007년 이후 한의약 분야의 신의료기술 현황. 대한한의학회지. 2017;38(1):21-33.
3) 박민정, 정유진, 손수경, 권수현, 김남권, 김종우, 박동아, 정석희. 한의 신의료기술 평가 활성화 방안 제언. 대한한의학회지. 2019;40(3):59-75.
4) 윤상훈, 정신영, 권찬영, 조희근, 김영일. 한국 내 도침술의 정의와 용어 표준화를 위한 제안. 대한한의학회지. 2018;39(2):13-28.
5) Hwang EY, Chung SY, Cho JH, Song MY, Kim S, Kim JW. Effects of a brief Qigong-based stress reduction program (BQSRP) in a distressed Korean population: a randomized trial. BMC Complement Altern Med. 2013;13: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