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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논문리뷰

한의학정신건강센터의 연구자들이 직접 흥미로운 논문을 선정하여 소개해드리는 공간입니다.

권찬영 교수 칼럼: 분노와 정신장애1

권찬영 2021-03-26 조회수 153

경계선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환자들이 분노 조절을 어려워하는 이유,

그리고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


동의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권찬영



분노에 대한 취약성을 이해하는 좋은 연구 방법 중의 하나는 분노 조절이 어려운 정신장애가 있는 환자와 정상인을 비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서적 충동을 조절하기 어려우며, 충동적인 행동을 자주 보이고, 어떤 경우는 다른 사람들에게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 성격장애로, 경계선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가 있다.


이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자아상이나 개인의 목표, 정서가 불안정하고, 높은 적대감을 가지며, 충동적이면서도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에서도 크고 작은 대인관계 문제를 자주 만들 수 있어 정서의 안정성이나 분노, 충동성을 연구하는데도 좋은 피험자라 할 수 있다.


분노 측면에서, 경계선성격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뇌과학 연구를 통해 우리는 이들이 분노 조절을 어려워하는 이유를 추정할 수 있게 되었는데, 대표적인 발견으로 부정적인 정서자극을 처리하도록 과제를 준 동안 경계선성격장애 환자들의 fMRI 촬영 결과가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 활성의 감소와, 편도체(amygdala) 활성의 증가를 특징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있다.

Schulze L, Schmahl C, Niedtfeld I. Neural Correlates of Disturbed Emotion Processing in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A Multimodal Meta-Analysis. Biol Psychiatry. 2016 Jan 15;79(2):97-106.


이미지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Dorsolateral_prefrontal_cortex#/media/File:Prefrontal1.png


특히 전전두피질 중에서도 배외측전전두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 활성의 저하가 두드러졌는데, 이 부위는 복외측전전두피질(ventrolateral prefrontal cortex)과 함께 정서를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배외측전전두피질은 작업기억, 선택적 주의 등 집행기능과 가장 흔히 관련된 전두엽 영역으로, 이 부위에서 하는 역할을 쉽게 설명하면 사람이 감각 정보를 얻고 반응이 나타날 때, 이것을 인지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 감정 충동이 올라오더라도 충동을 잘 조절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배외측전전두피질을 비롯한 전전두피질의 활성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부위의 활성이 과도하면 머리를 쓰는 일만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는데, 강박장애 환자들에서 보이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mygdala#/media/File:Amygdala.png


한편 편도체도 감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사람이 공포를 느끼거나 불안하거나, 공격성을 보이는 등의 감정적 반응을 처리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사람의 정서를 자극하는 정보가 들어오게 되면 편도체 활성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그 사람은 정서적 각성이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동물실험에서는 일부러 편도체를 자극하면 공격적 행동이 증가하고, 편도체 활성을 억제하면 공격적 행동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경계선성격장애 환자들에서도 이 정서를 처리해야 할 상황에서 편도체의 활성 증가가 관찰되었다는 것이다.



즉 경계선성격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우리는 분노 조절의 비밀을 하나 얻을 수 있다.

바로 감정 반응을 촉발하는 편도체의 활성은 과다하고, 이를 인지적으로 억제하는 전전두피질의 활성은 적어졌다는 것.


 

꼭 경계선성격장애 환자 뿐 아니라,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고 쉽게 화를 내는 사람들에서도 이와 유사한 뇌활성 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데, 이들의 분노 조절을 돕기 위해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에서 시행된 한 연구에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으로서 8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을 시행하거나 건강개선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뇌활성을 촬영한 결과, MBSR 참가군에서 정서자극을 주는 동안 전전두피질(이 연구에서는 복내측 전전두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과 편도체 간의 기능적 연결성이 뚜렷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Kral TRA, Schuyler BS, Mumford JA, Rosenkranz MA, Lutz A, Davidson RJ. Impact of short- and long-term mindfulness meditation training on amygdala reactivity to emotional stimuli. Neuroimage. 2018 Nov 1;181:301-313.


즉 적어도, 뇌과학적으로는 분노의 비밀을 풀어줄 한 열쇠는 감정 반응의 과잉과 인지적 조절의 부족에 있다. 그리고 마음챙김 명상과 같은 심신요법은 감정 반응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뇌활성을 도우며 결과적으로 쉽게 버럭 화를 내게 되는 분노 조절 문제까지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