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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

걷기

건강한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걷기 실천법을 알아봅니다.

걷기명상의 7요소 (7) 복장 - 마음 건강 '길'

관리자 2021-01-04 조회수 590

걷기명상의 요소 (7) 복장

산티아고 순례길에 등산복이 안 어울리는 이유

글·사진 김종우 교수 | 편집 홍헌표 기자 2019-10-26

걷기 명상은 명상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을 지속할 수 있는 명상법이다. 걷기 명상의 7가지 요소를 시리즈로 나눠서 소개한다.

(1) 속도 - 호흡에 맞춰 자신의 리듬을 발견한다.

(2) 자세 - 제대로 걷기

(3) 장소 - 처음에는 익숙한 곳에서 새로운 곳으로 나간다.

(4) 시간 - 그래도 한두 시간은 걸어야 하지 않을까?

(5) 동행 - 혼자서도 충분, 너무 많이는 글쎄~

(6) 언제 - 틈이 난다면 언제든. 온전히 걷기에 빠지기 위해서는 새벽이!

(7) 복장 - 걷기 명상에 적합한 신발과 옷, 그리고 또 필요한 것들

운동의 경우에는 그 종목에 따라 명확하게 기능성 복장이 있기도 하다. 옷과 신발, 모자 같은 것들이 그런 것이다. 걷기 명상은 어떤가? 걷기에 적당한 복장이 따로 있는가? 명상을 하기에 적합한 복장이 따로 있는가?

걷기에서는 신발이 가장 주목할 대상이다. 워킹화, 런닝화, 트레킹화, 등산화 등이 우선 고려될 수 있다. 걷기에 가장 좋은 것은 당연히 워킹화다. 발바닥 전체가 골고루 쿠션이 있고 특히 발뒤꿈치에서 시작하여 발가락까지 모든 발이 접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런닝화는 가벼운 것이 생명이다. 그리고 중간과 앞쪽에 쿠션이 고려가 된다. 뛰는 경우 뒤꿈치보다 앞에서 더 많이 착지하기 때문이다. 트레킹화는 발바닥 창이 딱딱해야 한다. 어느 길이라도 걸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시간 걷는 경우에는 쿠션이 지나치면 걷기가 도리어 불편해지고, 때로는 울렁거리기도 한다. 등산화는 발목이 보호되어야 한다. 발이 지형에 따라 뒤틀릴 수가 있기 때문에 발목을 덮는 것이 필요하다.

걷기 명상에 좋은 신발은 결국 걷기 장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가벼운 산책 정도라면 런닝화, 워킹화가 무난하다. 만일 짧은 거리의 평지에서 발바닥의 느낌을 온전히 알아차림 하고자 한다면 런닝화가 더 적합하다. 마치 맨발로 걷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1시간 이상의 걷기가 필요하다면 발바닥이 딱딱한 워킹화나 트레킹화가 필요하다. 오랜 시간 동안 발에 대한 자극을 일정하게 주어 피로를 줄여준다. 지형의 변화가 심하다면 당연히 등산화가 필요하겠다.

옷은 어떨까? 옷 역시 소위 말하는 기능성 옷이 대세를 이룬다. 가벼운 동네 산책을 할 때에도 히말라야라도 오를 등산복을 입기까지 할 정도다. 그러고 보면 요즘의 옷들은 입기에 불편함이 없다. 그래서인지 걷기에 한정된다면 옷은 그다지 고려해야 할 대상은 아니다. 비바람을 막고, 체온을 유지하고, 또 땀이 잘 마르는 기본적인 기능만 확인하면 된다. 다만, 오랜 시간 걷는 경우, 레깅스와 같이 엉덩이부터 다리를 완전히 잡아주는 것이 걷기의 피로를 줄여줄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이유가 다 있기는 하다.

명상복이라는 것은 있을까? 옷은 자신의 행위를 드러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성직자의 옷이 그러한 상징을 잘 드러내 준다. 그렇기 때문에 명상을 한다고 작정한다면 복장도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밝은 등산복 보다는 차분한 컬러에 명상적 기운이 담긴, 예를 들어 개량 한복이 좋을 수 있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명상을 할 때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해와 존중을 받을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같이 걸었던 분이 생각난다. 이른바 양복 아저씨였다. 그 분은 일정의 첫 날과 마지막 날(산티아고 대성당 도착) 정장을 입으셨다. 그래도 순례길인데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매우 단호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분과 함께 바나 카페에 들어가면 덩달아 대접을 받았다. 순례의 정신을 제대로 가지고 있다는 주인의 칭송도 함께 따라온다. 명상에 맞는 옷을 찾는 것 역시 이러한 자신의 원칙을 다짐하고 실천하는 행위다.

사실 이와는 정반대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30~40여명의 한국 순례 팀이 울긋불긋 등산복을 입고 행렬을 지어 걸어가는 모습이 그것이다. 순례를 단지 걷기나 등산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순례자가 아닌 걷기 운동가쯤으로 여겨지게 된다. 이런 현상은 굳이 산티아고 순례길이 아니어도 확인할 수 있다. 동작동 국립묘지를 가 보아도 참배를 위한 장소에 등산복을 입은 무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분들에게 그저 국립묘지는 걷기와 운동하기 좋은 곳일 뿐이다.

걷기 명상이나 걷기 여행을 위해 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장소에 가면 지도를 꺼내 들게 된다. 현실에 대한 알아차림의 시작으로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지도를 기반으로 하여 한 두 시간 걸으면 어느 정도의 거리를 어느 정도 시간에 걸을 지에 대한 시공간적 내용이 파악된다. 앞으로 지낼 며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공되는 것이다.

명상이 뇌의 작용을 현실에 구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도를 보고 상상을 하고 직접 걸으면서 알아차림 하는 과정이 명상과도 매우 흡사하다. 지도를 보면서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차림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렇지만 내비게이션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끌려 다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매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걷는 길에 마주 한 바와 카페에서의 인증 도장"이라는 답이 많다. 기록을 남기고자 하는 의도이기도 하고 또 알아차림의 대상이기도 하며,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어진 완주 증명서 같은 것이 걷기와 알아차림에 대한 기억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준다. 요즘에는 이러한 기록을 고스란히 남기는 앱도 있다. 보행 수, 보행 시간, 경사, 지도로 확인되는 여정, 그리고 그 순간순간 보아온 장면을 찍고, 느낌을 기록하는 앱이다. 이런 앱이 걷기의 재미를 한층 더 끌어 올린다.

신발, 옷, 지도, 앱이 걷기, 걷기 명상, 걷기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본래의 의미를 가지면서, 그 의미에 맞게 이런 부속물들을 챙겨서 떠나보자. 의미에 재미가 더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