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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에세이

한의학정신건강센터의 연구자들이 진료와 연구, 일상을 병행하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을 여러분들과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PhotoEssay #2. 파도와 스트레스

김상호 2021-01-29 조회수 482


 



바닷가에 산지 10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바람은 여전히 적응이 되질 않는다. 한겨울, 그리고 봄가을 환절기엔 강한 바람이 분다. 그러니까 여름빼고는 거의... 바람이 불면 훨씬 더 추워지고 아이들과 배드민턴 치기도 힘들고... 콧물도 나고 그렇다. 바람이 불면 밖에 잘 안 나가게 된다. 하지만 강풍이 기다려질 때가 있다. 사진을 찍을 수 있을때... 바람이 강할 수록 바닷가의 갯바위는 안개처럼 아련한 풍경이 만들어진다. 긴 시간 바다의 출렁거림을 담으면 사나운 파도도 잠잠해진다 .


오늘 파도가 워낙 세서 삼각대옆에 선 나한테까지 들이칠까봐 조심조심했다. 내가 파도에 젖는 것은 괜찮지만 카메라와 렌즈는 바닷물에 젖으면 굉장히 어려워진다. 릴리즈를 누르고 기다리며 파도를 조심조심 들여다봤다. 커다란 파도가 치고나서 물러가며 다음 파도를 막아주는 것이었다. 파도가 셀수록 뒤로 물러나는 위력도 세기때문에 다음 파도를 약화시킨다. 파도가 파도를 달래는 것처럼... 파도는 일정한 범위내에서친다.  스트레스도 그렇다. 재난같은 상황을 제외하면 일상 속에서 큰 스트레스라도 그 범위가 있다. 그걸 알고 잠깐 물러서야한다. 그리고 큰 파도가 다음 파도를 달래주듯이 힘든 일을 맞닥드렸을때 나의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에너지도 강해진다. 다음번 힘든 일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 


몇년만에 푸쉬업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스무개만 해도 팔에 힘이 빠졌다. 지금은 사십개 오십개는 너끈하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환자분들이 파도를 만난다. 분노와 우울, 불안의 파도에 휩쓸려 진료실을 찾는다. 하지만 항상 환자분들에게는 회복탄력성이 있다. 자생력이 있다. 우리의 역할을 약간의 장애물을 치워주고 무거운 몸을 잠시 일으켜주는 것이다. 파도를 경험한 환자분들이 회복력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상담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도 언제나 배우고 그들을 존경한다. 

큰 파도가 닥치면 더 큰 파도를 두려워하지만 그만큼 우리의 마음도 단단해진다.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이다. 그럼에도 장노출에 담긴 사진처럼 힘든 파도가 잔잔하게 바라볼 수 있길 기도한다 .